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처럼 대도시 위주의 일본 여행이 지겨워졌다면, 한적하고 조용한 섬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일본 시코쿠 지방은 본토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그만큼 자연과 전통이 잘 보존된 장소가 많습니다. 특히 시코쿠 인근에는 대중적인 관광지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조용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섬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우치우라 지역을 중심으로 전통 어촌마을, 그리고 실제 여행후기를 바탕으로 한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섬 여행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우치우라 – 바다와 산이 만나는 정적의 낙원
우치우라는 일본 시코쿠의 에히메현 인근, 내해에 자리잡은 작은 바닷가 마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힐링할 수 있는 숨은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장소입니다. 특히 우치우라 앞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면 비밀스러운 섬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우치우라항에서는 정기 여객선이 일부 섬으로 오가며, 그중 나가시마, 유게시마, 우오지마 등의 섬이 추천 코스입니다. 이 섬들은 공통적으로 인구가 적고, 상업시설보다는 어촌 공동체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유지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나가시마는 주민 대부분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침마다 부둣가에서 열리는 작지만 정감 있는 시장은 지역 특산물과 해산물로 가득합니다. 이곳에서 직접 잡은 생선으로 만든 회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은 소수지만, 품질은 최고 수준입니다.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것도 우치우라 섬들의 큰 매력입니다. 봄에는 섬 전체가 벚꽃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청명한 바다와 푸른 하늘,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고즈넉한 바다가 조화를 이루며, 겨울에는 안개 낀 바닷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바다와 산이 동시에 보이는 고지대 전망대에서는 사계절 내내 감동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또한 우치우라의 섬들에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대여해 천천히 섬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교통체증이 전혀 없는 좁은 길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경험은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합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쉼’을 위한 공간이 이곳에 있습니다.
어촌마을 – 전통과 삶이 숨 쉬는 작은 사회
우치우라 및 시코쿠 인근 섬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일본 전통 어촌마을의 삶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지역은 현대화가 비교적 더디게 진행되어, 과거의 일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풍경과 문화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섬 중 하나인 유게시마는 실제 거주 인구가 200명이 채 되지 않으며, 그 대부분이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 살아온 주민들입니다. 이곳의 집들은 100년 이상 된 목조 가옥이 많으며,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과거로 타임슬립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주민들이 외지인에게 매우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생선을 말리고 있는 할머니가 길을 안내 해주거나, 수확한 감귤을 나눠주는 모습은 이 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소박한 정입니다.
이러한 마을에서는 민박 체험도 가능합니다. 현지 가정집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직접 만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아침에는 어부와 함께 부두를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정은 특별한 여행 추억이 됩니다.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성 있는 ‘삶의 체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섬마다 작고 예쁜 신사와 사찰이 있으며, 마을 주민이 직접 관리하고 있어 방문객에게 자연스러운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지역 축제 기간에 맞춰 방문하면, 섬 내에서 열리는 마츠리(축제)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현대 일본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귀한 기회입니다.
여행후기 – 시코쿠 섬에서 보낸 잊지 못할 3일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실제로 시코쿠의 섬들을 다녀온 후, 일상의 피로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조용함’이었습니다. 도시에서 늘 들려오던 차 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음, 광고 방송이 없는 공간에서 오직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만 들리는 하루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여행 첫날은 우치우라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시마로 들어갔습니다. 이동 중 배에서 바라본 풍경도 매우 아름다웠고, 섬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여행의 피로를 단숨에 풀어줬습니다. 자전거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3시간 정도 걸렸으며, 중간중간 바닷가에 앉아 쉬며 노트에 감상을 적기도 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유게시마의 민박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민박집이었는데, 할머니가 직접 끓인 된장국과 구운 생선이 포함된 아침식사는 정말 최고의 한 끼였습니다. 저녁에는 민박 주인의 안내로 작은 신사에 들렀고, 지역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문화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우오지마에 들러 어촌 박물관을 관람하고, 작은 갤러리에서 지역 예술가의 작품도 감상했습니다. 섬마을에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이런 여행이 진짜 여행이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지금도 바쁜 일상이 힘들 때면 이 섬에서의 3일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곤 합니다.
시코쿠 인근의 우치우라와 주변 섬들은 상업화된 관광지가 아닌, 진짜 일본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자연, 전통, 삶의 여유가 어우러진 이곳에서의 여행은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깊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도시를 벗어나 조용한 섬으로 떠나보세요.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