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법 (루트선택, 속도조절, 식사팁)

by nezco 2025. 10. 15.

산티아고 관련사진
산티아고 관련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이 길은 마음을 정화하고, 몸을 단련하며, 인생의 속도를 다시 정비하는 깊은 체험의 여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금세 지치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초보자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로, 루트 선택부터 속도 조절, 식사 관리까지 구체적으로 알려드린다.

루트선택, 나에게 맞는 길 찾기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일 루트가 아니다. 유럽 각국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서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향하는 수십 개의 길이 존재한다. 따라서 순례길을 걷기 전, 자신의 체력과 일정, 여행 스타일에 맞는 루트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길은 프랑스길(Camino Francés)이다. 프랑스의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약 800km를 스페인 북부를 따라 걷는 루트다. 숙소와 식당, 표지판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들에게 가장 추천되는 코스다. 하루 평균 20~25km씩 걷는다면 약 30~35일 정도 걸리며,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이 길을 선택한다. 좀 더 짧은 루트를 원한다면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és)도 인기다. 포르투갈의 리스본 혹은 포르투에서 출발하며, 포르투에서 시작하면 약 240km로 10~14일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이 루트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비교적 평탄한 길이 많아 체력 부담이 적다. 좀 더 한적하고 자연친화적인 길을 찾는다면 북쪽길(Camino del Norte)이나 프리미티보길(Camino Primitivo)이 좋다. 북쪽길은 스페인 북부 해안을 따라 걷는 길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인상적이다. 다만 언덕이 많고 날씨 변화가 심해 체력적으로는 도전적이다. 프리미티보길은 가장 오래된 순례길로, 중세 순례자들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나 여행 초보라면 사리아(Sarria)에서 출발하는 단축 코스도 좋다. 사리아는 산티아고까지 약 114km 거리로, 5~6일 정도면 완주가 가능하다. 이 코스만 걸어도 공식 순례증(Credencial)을 받을 수 있어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즉, 루트 선택의 핵심은 ‘나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끝까지 나답게 걷는 여정이다.

속도조절,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처음 걷는 이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너무 빠르게 걷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의욕이 넘치고 체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30km 이상을 무리해서 걷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일주일도 안 되어 무릎, 발목, 허리에 통증이 생기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이 길의 진짜 핵심은 속도조절이다. 하루 평균 20km 정도를 기준으로, 몸 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초반에는 15km 정도로 시작해, 일주일 후 25km로 늘리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순례길은 단순한 체력경주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리듬을 맞추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또한 속도조절에는 ‘휴식의 기술’이 필요하다. 걷다가 발이 아프면 바로 멈추고, 신발을 벗고 통풍시킨다. 햇볕이 강한 오후에는 그늘에서 20분 정도 낮잠을 자도 좋다. 이런 짧은 휴식이 하루 전체의 컨디션을 결정짓는다. 순례길에는 수많은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숙소)’가 있다. 하루 일정을 마친 후 숙소에 일찍 도착하면, 빨래를 하거나, 다른 순례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할 수 있다. 이런 여유로운 리듬이 순례길의 묘미다. 특히 초보자는 ‘남과 비교하지 않기’를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가 나보다 빨리 걷거나 더 멀리 가도 상관없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자신답게 걸었느냐”가 중요하다. 걷기의 리듬을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면, 몸이 지치지 않고, 마음이 점점 평화로워진다. 결국 속도조절은 체력 관리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배우는 과정이다.

식사팁, 에너지 관리와 현지 음식 즐기기

장거리 도보여행에서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루의 에너지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규칙적인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아침에는 가벼운 빵, 과일, 커피 정도로 시작하고, 점심은 걷는 중에 간단한 샌드위치나 바나나, 견과류 등으로 해결한다. 저녁에는 현지 식당에서 충분히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스페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멘우 델 페레그리노(Menu del Peregrino, 순례자 메뉴)’를 제공한다. 이는 순례자를 위한 세트 메뉴로, 수프나 샐러드 + 메인 요리 + 디저트 + 와인 한 잔으로 구성된다. 가격은 보통 12~15유로 정도이며, 포만감과 만족도가 높다. 또한 지역별로 맛볼 수 있는 음식들도 다양하다. 부르고스 지역의 ‘치즈와 고기 스튜’, 레온의 ‘하몽(햄)’, 갈리시아의 ‘문어 요리(Pulpo a la Gallega)’ 등은 꼭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길 위에서 이런 현지 음식을 즐기는 것도 순례길의 큰 즐거움이다. 다만, 식사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스페인은 저녁식사 시간이 늦은 나라다. 일찍 숙소에 도착하는 순례자라면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간단히 요리를 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알베르게에는 공용 주방이 있는 곳이 많으므로, 간단한 파스타나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먹는 순례자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분 섭취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하루 종일 햇볕을 받기 때문에 탈수가 쉽게 일어난다. 물통을 항상 휴대하고, 1~2시간마다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에너지바나 견과류를 함께 챙기면 오후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그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의미이자,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소중한 의식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체력과 인내,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여정이다. 그러나 올바른 루트 선택, 속도 조절, 식사 관리만 잘하면 누구나 무리 없이 이 길을 완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걷느냐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나머지는 오직 한 걸음 한 걸음, 당신의 속도로 걸어가면 된다.